[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배당투자, 가치투자에 이어 ‘책임투자(RI, Responsible Investment)’라는 쿨머니가 세계 자본시장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도하라운드에 이어 사회책임(Social Responsibility) 라운드가 오면서 책임투자가 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환경, 경영 인증으로 유명한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관리이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2008년 3월까지 국제규격인 ISO 26000을 발간할 예정이다.

국제연합(UN)은 내년 중 책임투자 원칙을 만들어 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산하 세계기업시민이니셔티브는 올해 1월 상반기에 '주류가 되고 있는 책임투자' 보고서를 냈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이미 1997년 미국의 환경 NGO 세리즈와 함께 경제성, 사회성, 환경성 등 3개축을 고려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제시한 바 있다. GRI보고서 발간기업수는 2005년 3월까지 61개의 금융기관 등 전 세계 640여개 기업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자원부는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초까지 CSR에 대한 초보적인 가이드 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CSR 우수 기업에 △우대금리 적용 △정부 조달사업 우선 고려 등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내년 2월 중 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제 자본시장은 국제 정치사회보다 먼저 반응했다. 펀드 시장에서 책임투자는 가치투자가 그렇듯 하나의 투자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 사회책임투자협회(ASrIA)는 2004년 미국에선 15%, 유럽에선 12%, 일본에선 0.02%가 책임투자펀드였다고 보고한다.

사회책임투자는 '운동'에서 '투자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아예 '사회'를 떼고 '책임투자'라고만 부르는 게 대세가 됐을 정도다. 사회운동의 이미지가 그만큼 지워진 것.

지속가능성전문기관 에코프론티어의 임대웅 실장은 "책임투자가 본래 술, 담배, 무기제조업체 등 반사회적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데에서 출발해 처음엔 '운동'이라 불렸지만 이제는 엄연한 투자 스타일의 하나"라고 전했다.

박정현 조흥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책임투자는 단순한 투자전략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트렌드"라며 "1960년대의 니프티피프티(Nifty 50) 투자, 1970년~80년대 워렌 버핏식 가치투자에 이어 21세기의 투자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