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과의 물품ㆍ용역 계약서가 사실상 담보 역할을 하는 네트워크론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충남 아산시 둔포면 특장차 제조업체인 태경이엔지는 지난해 3월 설립됐지만 특허, 실용신안 등록 등 꾸준한 기술개발로 제품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최근 수요 기관으로부터 납품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조달청으로부터 조달우수제품인증을 받은 '진공흡입식 살수차'는 노면에 산재해 있는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아스팔트 틈새의 미세먼지와 혼합된 물까지도 흡입할 수 있는 환경오염 방지 기능을 보유해 서울시 및 산하 구청으로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계약이 성사되면서 제품 생산에 필요한 각종 부품 구입비 등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증보험사의 보증한도인 10억원도 이미 소진한 데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융권의 신용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박태익 대표는 "부품 공급업체들도 대부분 영세해 현금결제해 줘야 하기 때문에 일시에 공공기관과의 물품계약이 성사되면서 오히려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조달청에서 발급하는 물품계약서만으로 금융권 대출이 가능한 네트워크론을 활용해 무리 없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태경이엔지는 최근 5차례에 걸쳐 이뤄진 공공기관의 물품계약서만으로 조달청과 네트워크론 제휴를 맺고 있는 기업은행으로부터 10억원을 대출 받아 순항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알루미늄 창호업체 (주)점보에이에이치씨복합도 네트워크론을 통해 자금 조달 통로를 넓혔다. 이 회사는 GR(우수재활용제품) 품질인증, 특허, 실용신안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 공공기관 매출이 늘고 있는 중소기업.

그러나 학교, 지자체의 문예회관 공사 등 관급공사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시공사에 물품을 납품해 어음을 받는 경우도 있어 자금 운용에 항상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이 회사는 총 7차례에 걸쳐 이뤄진 조달청과의 물품계약서를 근거로 하나은행으로부터 7억원의 대출한도를 인정받아 올해 초에는 5억원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이 회사 자금담당 최재현 과장은 "중소기업들은 담보력이 부족한 데다 금융권 신용대출도 한계가 있어 항상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조달청 네트워크론은 물품계약서 확인과 대출 등 모든 절차가 온라인상으로 이뤄져 편리한 데다 대출금리도 상대적으로 낮아 중소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82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주)점보에이에이치씨복합은 네트워크론을 통한 안정적인 운영자금 확보도 가능해져 올해에는 150억원의 매출을 무난히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연구소 등에 과학기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충북 청주시의 (주)대한테엔에스 역시 창업 1년6개월 된 중소업체이지만 조달청 네크워크론을 이용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4월 초 지자체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교육훈련장비, 천체망원경 등 4억원의 물품계약을 성사시켰다.

문제는 기자재 구입에 필요한 자금 확보. 하지만 조달청 물품계약서를 토대로 우리은행으로부터 1억원의 자금을 일반신용대출보다 낮은 연리 7.5%로 확보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 회사 정창호 대표는 "과학기자재는 납품에 필요한 물건을 확보할 때 관행상 계약금으로 90%를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 운영자금 확보가 가장 어렵다"며 "조달청이 운용하는 네트워크론이 없었다면 운영자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청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도입한 네트워크론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네트워크론은 조달청과 계약서만으로 계약금액의 80%까지 일반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별도의 담보와 보증서를 제출할 필요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공 부문에서 조달청이 처음 도입한 네트워크론은 기업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제휴을 통해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특히 창업 후 얼마 되지 않아 금융권 거래가 많지 않은 영세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조달청 네트워크론을 통해 지난 3월 말까지 1570건에 모두 732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성희 조달청 구매제도팀장은 "조달청 네크워크론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점차 대출 대상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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