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소방설비 관련 업체들이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망해가고 있습니다. 소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낮기 때문이지요."
소방용품 전문업체 파이어앤텍의 이남구 대표(54)는 도산하고 있는 영세 소방업체들을 보며, 또 최근 잇따르고 있는 터널 화재를 지켜보며 안타까워 했다.
'자동차에 소화기를 한 대씩만 갖추고 있어도 피해가 적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파이어앤텍은 200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시작했다. 단순 소화기 제조뿐 아니라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서 우수한 소방용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로 소방업체로는 비교적 큰돈을 투자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화재에 불감증을 갖고 있어서 제대로 된 소방용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중소기업이지만 자체 연구소까지 갖춘 파이어앤텍은 3년간의 기술개발로 황산암모늄을 이용해 강화액 소화약제라는 선진국형 소화약제 '그린파워'를 만들어 냈다. 스프레이 형태 소화기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렸다.
"산업자원부 신기술(NT) 인증, 조달청 우수제품 인정 등으로 제품 우수성이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최근엔 한국전력 지하 공동구에 납품을 시작하기도 했죠."
그린파워는 분말소화기에 비해 방사거리는 더 길고 물에 비해 소화력이 5배 좋은 소화약제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도 특허를 획득했다.
"분말은 소화력은 뛰어나지만 방사 후 주변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면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 위험이 있습니다. 또 강화 소화액은 사용 후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것도 이점이죠."
고압 전류가 흐르는 한전 지하 공동구에 월 10ｔ씩 공급계약을 따낸 이 대표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제품의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음에도 까다로운 법 규정 때문에 필요한 곳에 제대로 공급할 수 없습니다. 한전 납품을 계기로 화재 자동 감지설비 등을 갖춘 기업 건물 등에도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파이어앤텍은 최근 일본의 히타치와 철도차량용 소방설비 개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1000평 규모 공장을 설립한 관계사에 기술이전을 하며 해외 진출에 본격 나섰다.
"풀뿌리 소방용품 기업으로 꿋꿋히 버티며 노하우를 쌓아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 <용 어> 강화액 소화약제(reinforced fire extinguishing agent) = 소화약제로는 분말, 하론, 청정가스 등의 형태가 있으며 강화액은 물에 화학제품을 섞어 소화력을 강화시킨 소화약제다.
[안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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