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도입후 연간 신청건수 평균 10건 고작

산업용 소프트웨어(SW)의 품질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003년 도입된 `산업용 SW 국제표준 적합성 인증'(엑설런트소프트웨어, ES) 제도가 표류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원장 김혜원)에 따르면, 올해 각종 산업용 장비나 공장설비에 들어가는 `산업용SW'에 대한 국제표준적합성 인증 신청은 10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이후 누적신청 건수도 33건에 불과해 연간 신청건수는 평균 10여건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일반 기업용SW 대상 성능인증인 TTA의 굿소프트웨어(GS) 제도가 올해에만 264개 신청에 127개 인증 획득이란 결과가 나온 것과 대비된다.

기술표준원은 지난 2003년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매년 100개씩 우수제품에 대해 `국제표준 적합성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S인증은 보유 기업에 대한 우선구매 혜택이 주어지고 조달청의 우수제품 신청이나 중기청 생산정보화사업 신청 때도 가점이 부여되는 등 획득 산업체의 수혜가 적지 않는 제도이다. 또 최근에는 장비업체들이 탑재SW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리는 추세여서 인증제는 관련 분야의 부양효과가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산자부의 무관심, 기표원의 운영 미숙과 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ES제도 주무기관인 기술표준원은 전담인력이 연구사 3인에 불과하고 이들 역시 국제표준화기구(ISO) 국내대표(National body)를 겸하고 있어 업무집중도가 떨어진다. 또 테스트엔지니어와 변변한 테스트베드도 갖추지 못하는 등 제도확산을 위한 인프라가 태부족하다.

기표원 관계자는 "산업용 SW인증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직과 인력의 한계로 인증 업무를 수행하기 쉽지 않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S제도는 지난 2001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SW관련 시험평가제도에 대한 업무분장을 통해 산자부가 플랜트ㆍ산업장비 및 산업용자동화 패키지 SW에 대한 시험평가를 맡게 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통부는 산하 IT시험평가 전문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일반기업용 및 민간용 SW에 대한 시험평가를 맡기로 교통정리가 됐다.

TTA는 2001년 굿소프트웨어(GS)인증제를 도입했고 기표원도 2003년 엑설런트소프트웨어(ES) 인증을 시작했다. 그러나 GS인증이 일부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산SW 품질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ES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SW업계는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도식적으로 산업용과 일반 기업용을 나누다보니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기표원은 내년에 산업기술시험원에 ES업무를 이관한다는 방침이나 전기전자 부품 계측을 주로 하는 산기원 역시 SW테스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W테스팅은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작업으로 전문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기술표준원이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며 "경제정책조정회의 당시 공무원 조직인 기표원에 전문 기술영역인 SW테스팅을 맡긴 산자부의 과욕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